금리도 오르고 주가도 오르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관한 소식이 한달을 넘겨 매일 반복되면서 투자자들에게 조금은 진부하게 느껴지기 시작한 것 같다. 비슷한 자극에. 투자자들이 익숙해지면서 더 이상은 크게 반응하지 않는 시장의 전형적 패턴이다. 하지만 원자재시장 등에 대한 우크라이나 사태의 리스크는 지속되고 있으며, 러시아로부터의 원자재 흐름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수급불균형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쉽게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일상화되면서 최근 평론가들과 이코노미스트들 사이에 가장 큰 논쟁이 되고 있는 것은 미국 채권수익률곡선(yield curve) 10년물과 2년물의 장단기금리의 역전 현상과 향후 경기침체 가능성이다.

출처: Federal Reserve Bank, FRED, Daily Shot
3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개최 후 연준은 좀더 매파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5월 회의에서 50bp 정책금리 인상을 거의 확정적인 것으로 시사하였다. 더욱이 5월 50bp 인상 이후에도 6월 또다시 50bp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리선물시장은 연준이 올해 말까지 200bp이상 정책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하면, 금리선물시장은 12월까지 연준이 정책금리를 25bp씩 8-9번 인상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실제로 금리결정이 이루어지는 FOMC회의가 12월까지 6번 예정되어 있으므로 적어도 5월 FOMC를 포함하여 두차례 이상 50bp씩 금리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 것이다.

출처: Bloomberg, Daily Shot
3월 FOMC회의 후 파월의장은 연준이 정책금리를 신속히 정상화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명백히 밝혔다. 5월 회의에서 50bp를 인상하는 것은 물론이고 필요에 따라서는 50bp씩의 금리인상이 뒤따를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연준은 금리정책의 효과를 금융여건지수(Financial Conditions Index)의 변화로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3월 FOMC의 금리인상에도 미국 주요 주식시장 지수는 상승세로 돌아섰고 채권시장 신용스프레드 역시 확대되기 보다 소폭 축소되는 모습을 보여 금융여건지수는 긴축이 아니라 오히려 완화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연준의 정책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즉, 금융여건지수를 충분히 긴축으로 돌려놓기 위해서는 금리를 더욱 빠른 속도로 큰 폭 인상할 수 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출처: Federal Reserve Bank, Goldman Sachs Global Investment Research
현재 과열된 고용시장과 주택시장 상황을 반영하면 연준은 소위 중립금리수준 이상으로 정책금리를 인상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중립금리수준은 수많은 리서치에도 불구하고 쉽게 측정하기 어렵다고 한다. 많은 리서치 중 Laubach-Williams 모델이 자주 인용되고 있는데 실질 중립금리수준을 0.5%를 조금 하회하는 수준으로 판단한다. 중립금리수준은 저축률의 변화, 인구 노령화, 생산성 증가와 세계화(globalization) 등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의 부품 공급망의 국내화(on-shoring), 내구성(resilience), ESG 등 구조적인 금리상승 요인들이 나타나고 있어 중립금리의 중장기적 상승이 불가피해 보인다.
대략 0.5% 실질중립금리를 기준으로 연준의 2%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대입하면 명목중립금리수준은 2.25%-2.5%수준으로 평가된다. 결국 현재의 인플레이션 수준과 고용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연준의 정책금리가 어느 정도 수준까지 중립금리 이상으로 인상될 것인가가 앞으로 18개월 자본시장의 움직임을 결정할 것이다.
대부분의 월가 투자은행 경제리서치팀들은 연준이 올해 5월부터 금리인상을 좀더 공격적으로 단행하여 정책금리 수준을 올해 말까지 2.25%-2.5%까지 인상하고 2023년말까지 3.0%-3.5% 수준까지 끌어올리면서 금리인상 사이클을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연준의 인플레이션 측정기준이 되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상승률을 2023년말에도 3% 수준에 남아있는 것으로 예상함으로써 연준이 2% 목표치까지 인플레이션을 제어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준은 과거 금리인상 사이클에서 중립금리 보다 평균 150bp 높은 수준까지 금리를 인상하곤 하였다. 현재의 인플레이션 수준을 고려할 때 2023년말까지 연준이 정책금리를 4.0% 수준까지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여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또한, 최근 중국이 오미크론변이의 급격한 확산세로 인하여 주요도시에 대한 봉쇄조치를 실시함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이 또다시 차질을 빚으면서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반면, 3월 미국 고용지표가 지속적으로 견조한 상승세를 보이면서 임금상승세를 더욱 부축일 것이다. 이에 연준은 현재의 예상보다 더욱 공격적으로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출처: Federal Reserve Bank, Krest Asia

출처: Federal Reserve Bank, Goldman Sachs

출처: @AndreasSteno, Daily Shot
채권시장은 현재 연준의 정책금리가 올해 말 ~2.40% 수준까지 2023년말 ~2.85%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반영하고 있다. 채권시장이 아직까지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쉽게 제어할 수 있으리라는 낙관적 전망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골드만삭스 경제팀의 필립스곡선 모델을 인용하면 연준이 예상을 초과하는 금리충격을 통해 미 국채 2년물 금리를 100bp 정도 끌어올리면 5년물 금리 5년 선물의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25bp 정도 낮출 수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하면, 연준이 2023년말 인플레이션을 현재 예상치인 3.0% 수준에서 연준 목표치에 좀더 근접하는 2.5% 수준까지 끌어내리기 위해서는 적어도 200bp 이상의 금리인상 충격이 필요한 것이다. 필자가 예상하는4.0%을 초과하는 수준까지 정책금리가 인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정도의 금리인상 충격은 과거 경험으로 볼 때 필연적으로 2% 포인트 이상의 실업률 상승을 동반하면서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연준은 금리인상 뿐 아니라 금리인상에 연관되어 변화하는 국채 10년물 금리, 주식시장 지수, 달러인덱스, 그리고 신용스프레드를 통하여 금융여건지수를 긴축함으로써 성장률을 낮추고 인플레이션을 제어하는 메커니즘을 선호한다. 연준은 올 GDP성장률을 2.8%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를 추세성장률보다 낮은 1.5% 수준까지 낮춰 초과수요를 억제하려면 금융여건지수를 150bp 정도 긴축해야 할 것으로 측정된다. 금융여건지수가 150bp 정도 긴축되려면 달러와 신용스프레드에 큰 변화가 없다는 가정하에 주식시장은 20% 가까이 하락하고 10년물 금리는 150bp 정도 상승해야 한다. 연준은 정책금리 인상에 더하여 5월부터 착수할 예정인 양적긴축(quantitative tightening, QT)을 통하여 장기금리 상승을 유도하는 정책을 선택할 여지가 있다. 다만, 양적긴축이 초래할 여러가지 변수에 관하여 연준이 충분한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양적긴축을 통한 장기금리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높아 보이지 않는다. 연준은 현재 정책목표를 인플레이션 제어에 두고 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제한된 수단을 통해 금융여건지수를 상당 폭 긴축해야 한다. 이는 주식시장의 하락도 포함한다. 최근 미국 주식시장의 반등이 대단히 불안해보이는 이유이다.
채권시장은 경기침체 시그널을 보내고 있어
채권시장의 경기전망은 좀더 신중한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연준의 3월 금리인상 후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80bp 가량 급등하면서 한때 2.5%에 근접하였다. 2년물 금리는 100bp 가량 치솟으면서 2.3%를 기록하여 장단기 금리가 거의 역전되기 전까지 가기도 하였다. 최근 2년물 금리는 더욱 상승한 반면 10년물 금리가 상대적으로 하락하면서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기에 이르렀다. 10년물/2년물 장단기 금리의 역전은 앞으로 18-24개월 후 경기침체를 예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채권시장이 본격적인 하락세에 접어든 것과는 달리 미국 주식시장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충격에서 쉽게 벗어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의 주식시장 역시 상당히 견조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회사채 시장의 신용스프레드나 이머징국가 금리스프레드 역시 상대적으로 안정적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이렇게 채권시장의 움직임과 주식시장이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경기변곡점이 가까워질 때 종종 일어나곤 한다. 채권시장은 구조상 다양한 만기의 채권이 기간 프리미엄을 반영하기 때문에 경기에 대한 장단기 전망을 상대적으로 적절히 가격결정에 반영할 수 있는 반면 주식시장은 기간구조가 없어 주로 단기적 경기변동을 반영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주식시장은 경기침체 리스크가 본격화되는 시기에 이르러서야 리스크에 반응하곤 한다. 필자는 투자자들에게 주식시장을 블록을 쌓고 밑에서 블록을 하나씩 빼는 젠가게임과 비유하곤 한다. 다시 말해서 주식시장은 상승장의 한계점에 가까워져도 변동성은 확대되지만 조정 직전까지 여전히 낙관적 행태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중장기적 경기전망은 채권시장이 보내는 시그널이 옳은 경우가 많다 낙관론이 지배하는 주식시장은 베어마켓 랠리를 앞으로도 여러 번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이 앞으로 상당기간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고 양적긴축을 통해 달러 유동성을 축소할 수 밖에 없어 원화는 달러화에 대한 약세를 쉽게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원자재가격의 급등으로 교역조건(terms of trade)이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어 우리나라 기업실적 전망도 지속 하락할 것이다. 미국 금리의 급상승, 달러 유동성 축소와 원자재가격 급등은 원자재 수출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이머징국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코로나위기 후 저금리 상황에서 급격히 증가한 이머징국가 부채는 신용위기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암시한다. 최근 미국 및 우리나라 증시가 견조한 흐름을 보여도 선뜻 따라가기 어려운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