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지는 금리인상

오미크론 변이의 시장충격은 일시적일 듯

지난달 말 전염성이 휠씬 강할 것으로 예상되는 오미크론 변이가 나타났다는 뉴스가 전해지면서 지난 한주 전세계 주식, 채권, 원자재 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이는 역으로 현재 시장상황이 매크로 변동성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지를 나타낸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오미크론 변이에 대하여 3가지를 주목해야 한다. (1) 전염성, (2) 백신 회피력, (3) 중증 전이도 등이다. 아직은 위의 3가지에 대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 만큼 실험실 자료 및 실제 사례에 대한 자료가 충분치 않다.

전염성에 관하여 현재까지 알려진 사실은 오미크론 변이는 30개 이상의 변이된 돌기 단백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며 돌기 단백질 변이는 기존의 항체를 돌파하는 정도와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전염성에 관한 자료도 아직까지는 충분치 않으나 처음 오미크론 변이가 보고된 남아공 가우텡지방 츠웨인지역에서는 지난 3주 동안 확진율이 1% 미만에서 30%까지 치솟았으며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 변이를 빠른 속도로 압도하며 지배종으로 자리잡았다고 보고되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는 국경을 폐쇄하는 등의 각국의 발빠른 확산방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미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일본, 유럽, 북미대륙에서 확진자들이 발견되며 올 겨울 중 지배종으로 자라잡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보인다.

오미크론 변이가 현재 사용되고 있는 백신의 항체를 어느 정도까지 돌파하여 감염을 일으키는 지는 아직까지 확실치 않다. 오미크론 변이를 처음 보고한 남아공 전염병센터는 현재까지 관찰된 바에 의하면 오미크론 변이가 백신 면역체계를 부분적으로 돌파하여 감염을 일으키는 것은 사실이나 백신이 중증 전이도에 상당한 정도의 방어력을 보일 것 같다고 한다. 남아공 전염병센터는 중증전이도에 관하여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들이 특이한 증상을 보이지 않으며 무증상자들도 있다는 초기 관찰 경과를 보고하고 있다. 화이자를 비롯한 백신제조업체들이 오미크론에 대한 백신의 효능을 평가하는데 두주 정도 걸린다고 한다. 또한 오미크론 감염자들의 중증 전이도를 평가하는데 두주 정도의 임상관찰이 필요하다고 한다. 따라서 12월 중순까지 전세계 시장은 오미크론 관련 뉴스의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주 모더나 CEO는 mRNA 백신이 돌기 단백질에 작용하는 원리를 이용하기 때문에 기존 백신에 프로그램되어 있지 않은 새로운 돌기 단백질 변이를 일으킨 오미크론을 방어하는데 미진할 수도 있다는 예상을 하여 시장 변동성이 한때 크게 확대되기도 하였다.

앞으로 몇 주 동안 진행될 임상결과에서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최상 시나리오는 새로운 변이의 전염력이 기존 변이보다 휠씬 강해서 빠른 속도로 지배종으로 자리잡게 되지만 가벼운 증상을 일시적으로 일으키는 계절성 독감과 비슷한 바이러스로 진화한 것으로 결론 나는 것이다. 또 다른 긍정적 시나리오는 기존 백신이 충분한 면역력을 보여 돌파감염의 우려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명되는 것이다. 두가지 시나리오 중 하나로 전개된다면 글로벌 공급망 기능이 예상보다 빨리 정상화되면서 내년 중반쯤에는 미 연준을 비롯한 주요 중앙은행들이 거듭 강조했듯이 공급망 병목현상에 의한 일시적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게 하락하고 따라서 금리인상 우려도 많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조금 더 조심스러운 전망은 오미크론 변이의 전염력이 강해 지배종으로 자리잡으면서 백신 돌파감염과 중증질환을 일으키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 mRNA 계열의 백신을 개발하고 대량생산하는데 적어도 3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내년 2/4분기까지 세계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다. 바이러스 재확산에 대응한 부분적 봉쇄조치로 글로벌 공급망은 또다시 심각한 병목현상을 겪게 될 것이며 재택근무 등의 영향으로 상품소비수요가 늘어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될 수있다. 연준의 파월의장도 지난 주 의회청문회에서 비슷한 예상을 내놓았다. 각국 정부는 새로운 바이러스 변이가 출현할 때마다 불가피하게 봉쇄조치를 재차 강화하는 정책을 펴왔으나 봉쇄강도는 점차 약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물론, 봉쇄조치의 강도가 약화된 배경에는 효과적인 백신의 보급이 있었다. 따라서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대응한 봉쇄조치의 강도는 좀더 유동적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오미크로 변이에 대응한 봉쇄조치는 없을 것이라 천명했지만 이는 정치적 이유에 의한 상징적 선언으로 보인다. 실질적인 봉쇄조치는 주정부 차원에서 실시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주지사의 공화, 민주 정치적 성향에 따라 봉쇄조치 여부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미크론 변이에 의한 확진자가 이미 발견되며 주식시장에 상당한 긴장감을 일으켰다. 지난 달 방역조치 완화 이후 활동량 증가가 델타 변이 확진자 폭증으로 이어지면서 이미 의료시스템이 붕괴위기에 처하게 되자 정부는 지난 주 후반부터 방역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의 진화방향에 따라 방역조치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금리는 오른다

지난 주 미 연준 파월의장은 연임된 이후 첫번째 의회청문회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정책대응을 논의하면서 더 이상 인플레이션이 “일시적(transitory)”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 밝힌다. 또한 자산매입규모 축소, 즉 테이퍼링의 속도를 빨리하는 것에 관해 이번 달 15일-16일에 개최되는 FOMC회의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 밝혀 통화신용정책이 급등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에 방점을 둬 좀더 매파적으로 바뀔 수 있음을 암시하였다. 연준의 매파적 입장 선회는 지난 몇 달 예상을 뛰어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주택가격 급등에 영향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시장 컨센서스는 연준의 테이퍼링 속도는 현재 매월 150억 달러에서 내년 1월부터 300억 달러로 확대되어 3월까지 자산매입 프로그램이 완전 종료되는 것으로 예상한다. 테이퍼링이 11월부터 시작되었고 최근 오미크론 변이의 출현으로 인한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12월부터 당장 테이퍼링을 가속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장 컨센서스는 테이퍼링 종료 후 정책금리는 6월, 9월, 12월 FOMC회의에서 25bp씩 인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FOMC는 테이퍼링 종료 후 6월까지 금리인상 시기를 미루면서 아직까지 미진한 고용시장참여율, 취업자수 증가 추세 등 고용시장의 움직임을 금리인상전까지 몇 달 모니터링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자산매입 프로그램의 3월 종료와 동시에 3월 15-16일 FOMC회의에서 정책금리 인상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미크론 변이의 출현이 미 연준의 테이퍼링 속도와 금리인상에 관한 전망을 좀더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새로운 변이의 강한 전염성과 백신 돌파감염 가능성에도 mRNA기술에 의한 신속한 백신개발이 가능하다는 점은 오미크론 변이가 통화신용정책의 기조를 바꿀 수 있는 변수는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인플레이션이 시장에 가장 중요한 변수인 것이다.

미 금융여건지수 상당기간 긴축으로 쏠릴 둣

미국 채권시장은 이미 연준의 금리인상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시작하는 모습이다. 최근 미 국채 2년물 및 5년물 금리는 정책금리 인상을 앞두고 큰 폭 상승한 반면 장기금리인 10년물 및 30년물 금리는 하락하여 전체 수익률 곡선이 평탄해지는 Bear Flattening의 전형적 모습이다.

궁극적으로 미국의 정책금리와 장기금리가 이번 경기사이클에서 어느 수준까지 상승할 것인지는 인플레이션의 전개방향에 달려있다.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일시적” 요인에 의해 급등하였다고 진단하는 전문가들은 공급망 병목현상에 의한 상승 부분과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내년 중반 이후 2%대 초반으로 하락하면서 안정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2% 초반에서 인플레이션이 안정된다 하더라도 현재의 금리 수준은 절대적으로 낮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내년 상반기 미 연준의 금리인상이 시작되면 금리 사이클은 2004년-2007년 인상 사이클과 유사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2004년-2007년 사이클이 중국경제 급성장에 따른 원자재 수요 폭발과 저금리에 의한 미국 주택시장 투기수요 급등이 수요 측면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켰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사이클에는 금융위기 후 장기간 지속된 투자부진에 따른 원재재시장의 공급부족 현상과 지난 몇 년간 미 주택시장의 공급 부족에 따른 주택가격 급등세에 기인하며 두가지 모두 공급 측면에 기인한 인플레이션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미국의 절대금리수준이 낮고 금융여건지수가 사상최고수준으로 완화되어 있기 때문에 금리인상으로 수요를 억제하여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금리인상이 상당 폭 진행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일단 미 연준이 금리인상 사이클을 시작하면 금융여건지수가 충분히 긴축으로 돌아서기까지 상당기간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채권시장의 불안감이 있으며 금리변동성은 높은 수준에 머물 수 밖에 없다. 내년 상반기 금리인상 사이클이 다가오면 전세계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미 달러 유동성의 전반적인 감소와 정책금리 인상은 이머징시장에. 대체적으로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예외적으로 2004년-2006년 미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에서는 중국 수요의 폭발적 증가로 인한 원자재시장 수퍼사이클에 힘입어 이머징시장이 크게 영향 받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사이클에서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이미 하강하고 있으며 제한적인 경기 부양책만을 실시할 것으로 예상되어 2004년-2006년 사이클과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다. 미 금융여건지수의 긴축 선회는 한국주식시장의 수익률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