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ok! Who’s talking? – 한국정부의 기업 밸류업 정책

지난 아베정부에서 본격화된 일본의 기업 밸류업 정책이 지난 몇 년간 소기의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우리정부도 자극을 받았는지 올해들어 뜬끔없이 부쩍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해소와 국내기업의 주식가치 업그레이드에 관한 이슈를 공개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기업들의 주주가치 증진을 위한 노력을 장려하는 동시에 이런 기업들의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책적 제안을 내놓기도 하였다. 특히, 현재의 국회 지형을 볼 때 쉽게 통과되기 어려운 상속세법의 개정도 기업 밸류업을 뒷받침하기 위한 논의에 포함시키는 과감함을 보였다. 뒤이어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 금융시장 관련 고위 인사들이 앞다투어 해외 투자자들을 방문하고 정부의 기업 밸류업 노력에 대한 홍보에 나섰다. 과연 이런 정부의 노력이 기업 밸류업으로 이어질 것인가? 필자는 대단히 회의적이다.

우선, 정부는 기업 밸류업을 논의할 자격이 없다. 정부는 이미 거래소에 상장된 다시 말해 기타 주주들을 포함하는 소위 “공기업”의 대주주이다. 하지만, 이런 상장기업에 대한 정부의 대응자세를 보면 기업의 밸류업과는 정반대의 정책을 꺼리낌 없이 밀어붙이고 있다. 한국전력이 대표적인 예이다. 한국전력은 상장된 기업으로 국민의 은퇴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부터 외국인과 소액 주주들을 포함하는 수많은 투자자들이 주주로 구성되어 있는 기업이다. 물론, 한국정부가 50%이상을 소유한 대주주이기도 하다. 한국전력의 전기요금체계는 연료비 변동분을 충분히 반영하도록 하여 일정수익을 낼 수 있도록 법에서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가계 부담을 이유로 연료비 변동에 못미치는 수준의 전기요금 조정을 통하여 한전이 수년간 엄청난 적자를 볼 수 밖에 없도록 하였다. 한전 대주주로서의 정부의 이런 행태는 기타주주들의 이익을 심각히 훼손하면서 대주주의 목표를 달성하는 전형적 거버넌스 이슈를 초래한다. 정부가 기타주주들에 대한 배임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전기요금을 대폭 올리기 어려운 정부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의 정부 행태는 기업 밸류업을 논의하려는 정부의 입장과 전면 대치된다. 해결책이 없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첫째, 정부는 전기요금을 현실화하여 한전이 법에 보장된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기요금 인상이 가계 부담으로 이어진다면 다른 나라들과 같이 전기요금 보조금을 지급하면 된다. 더 이상 한전 주주들의 주머니를 털어서 정부의 목표를 달성하려고 하면서 밸류업을 논의하지는 말아야 한다. 또, 다른 방법은 한전을 국유화해서 상장폐지하는 방법이다. 당장 국유화와 상장폐지가 어렵고 전기요금의 현실화도 곤란하면 정부는 필요한 전기요금 인상분을 정부채권으로 한전에 보전해주고 이자를 물어주는 방법도 생각해볼만 하다.

지금 같이 정부는 대주주로서 기타주주들의 이익을 지속적으로 훼손하는 상황에서는 한전은 상장기업으로서의 존재 이유가 없다. 정부의 입맛대로 한전을 운영하는 것은 국영기업으로 가능하다. 이도저도 아닌 상태에서 정부가 기업 밸류업을 논의하는 것은 쉽게 말해 넌센스이다. 이런 정책전환이 이루어 질 때 투자자들은 정부의 기업 밸류업 노력에 대한 진정성을 믿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기업 밸류업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대주주의 이익과 기타주주들의 이익이 한곳으로 모아져야 한다. 필자는 이를 위해서는 경영전면에 나서는 대주주들에게 대규모 스탁옵션을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론 머스크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주주가치 상승을 위한 일정 수준의 목표들을 선정하고 이 목표들을 달성했을 때 대주주는 대규모 스탁옵션으로 부를 창출하고 기타주주들은 주가의 상승으로 부를 분배받는 선순환 구조가 이루어 질 수 있다. 대주주의 이익과 기타주주들의 이익이 합치되고 어우러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논의되는 기업 밸류업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