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오르는 미 달러
4월초 이후 가장 눈에 띄는 자본시장의 움직임은 외환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미 달러화가 쉼없이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4월초까지만 하더라도 원자재가격 상승을 바탕으로 무역수지 개선에 힘입은 호주 달러와 캐나다 달러가 국제 외환시장에서 강세를 보였다. 이머징마켓에서는 같은 이유로 브라질 헤알의 강세가 돋보였다. 하지만, 4월초이후 미 달러화의 전반적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미 달러화의 강세는 원자재 수출국 외환을 포함하여 무차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미 달러의 최근 강세는 달러화를 움직이는 두가지 요인이 모두 달러화 강세를 부축이는 방향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미 달러화는 미국경제의 통화로서의 역할과 세계경제의 기축통화로서의 위상을 가지는 양면성을 보인다. 미국경제의 통화로서의 달러화는 다른 통화들과 마찬가지로 미국 국내경제와 금융시장이 다른 나라들의 경제나 금융여건보다 활황세를 보이면 절상되는 추세를 보이고반대의 경우에는 절하되는 추세를 보인다.
세계경제의 기축통화로서의 달러는 대표적 안전자산이다. 이머징 국가 채무의 대부분이 달러화 베이스이며 세계무역의 60% 이상이 달러로 거래된다. 바로 이점이 달러화의 움직임이 세계경제의 척도가 되는 동시에 위험자산가격과는 역상관관계를 나타나게 한다. 달러화의 세계경제 기축통화로서의 위상은 실제 2008년 금융위기시에 잘 나타난다. 금융위기의 원인이 미국 주택시장의 버블 붕괴와 그에 따른 미국 금융시스템의 위기에 있었음에도 미국경제의 통화인 달러는 급격히 절상되는 현상을 보였다. 미국 국내경제의 문제가 위험자산가격 하락의 원인인 경우에도 미 달러화는 기축통화의 위상으로 인하여 절상되는 현상이 나타난 경우이다.

출처: Quantiwise, Krest Asia
지난 4월초부터 진행된 달러화 강세는 위의두가지 요인이 모두 달러화의 강세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유럽 및 중국의 급격한 경기둔화에 대한 리스크가 달러화 강세에 반영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파생된 에너지 위기로 인해 유럽경제는 인플레이션 급등과 이로 인한 경기둔화를 겪고 있다. 중국경기 역시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인한 주요도시 봉쇄정책으로 인하여 소비와 생산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둘째, 미국 연준이 금리인상의 속도와 폭을 가속화할 것을 천명함에 따라 주요 경제권과의 금리차가 확대되고 있다. 미 연준의 금리인상 가속화에 대비되어 일본은행은 채권 수익률곡선 제어(yield curve control, YCC)를 지속하며 장기금리 상승을 억제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미, 일의 금리차가 확대되며 엔화는 연일 미 달러화 대비 30년래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또한, 주식을 포함한 위험자산의 전반적 하락세가 안전자산으로서의 달러화에 대한 선호도를 높이고 있다.
현재로서는 미 달러화의 전반적 강세가 단기간 빠른 속도로 진행되어 왔고 미국 무역수지 적자폭의 확대 등 달러화의 실질실효환율이 고평가되어 있음에도 단기적으로 달러 강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 연준은 이번주 FOMC회의에서 예고한대로 정책금리를 0.5% 포인트 인상하였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번 인상 이후 파월의장이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에 관해 어떤 시그널을 줄 것인가인데 미국 채권시장은 이미 6월과 7월에도 연준이 0.5% 포인트씩 정책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상당부분 반영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S&P 500과 나스닥 지수가 상당 폭 하락하여 미국의 금융여건이 의미있게 긴축으로 움직이면서 연준의 의도에 부합하는 모습을 보였다. 원화의 경우 원유 및 원자재 수입물가 급등으로 인해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되면서 원화의 달러화 환율도 전반적인 달러 강세추세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여건 지속적으로 긴축될 듯
세계경기 전망과 금융여건 전망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투자전략은 결국 기축통화의 양과 금리를 결정하는 미국경제와 자본시장의 변화에 좌우될 수 밖에 없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추세가 쉽게 호전되지 않고 고용시장의 지나친 과열상황이 진정되지 않는 한, 미 연준은 지속적으로 금융여건을 긴축으로 유도하는 정책을 펼 수 밖에 없다. 경제활동지수가 쉽게 식지않고 주식시장이 잘 버텨내며 금융여건이 더 이상 긴축되지 않는다면 연준으로서는 더 빠른 그리고 더 높은 수준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연준은 정책금리를 빠른 속도로 중립금리수준이나 그 이상으로 인상할 것을 지속적으로 천명함으로써 금융여건을 긴축으로 몰아갈 수 밖에 없다. 이머징마켓은 미국의 금융여건 긴축이 세계금융여건을 레버리지 효과를 가지면서 상대적으로 큰 폭 긴축으로 움직이게 하여 타격을 많이 받게 된다. 미국의 금융여건 긴축이 상대적으로 이머징마켓의 위험자산인 주식과 신용스프레드에 크게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출처: Goldman Sachs Global Investment Research, Krest Asia

출처: Goldman Sachs Global Investment Research, Krest Asia
주식과 신용스프레드는 중앙은행의 적극적 긴축정책하에서 경기불황 리스크가 커질수록 하방압력을 받게 된다. 최근 미국에 비해 이머징마켓의 주식과 신용스프레드가 하방압력을 받게 된 배경에는 중국이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른 전면적 봉쇄조치를 실시하게 됨에 따른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또한 최근의 원자재가격 하락도 같은 맥락에서 중국경기 둔화에 대한 리스크가 반영된 것이다.
앞으로 상당기간 미 연준은 금리인상과 양적긴축을 통해 금융여건을 긴축으로 유도함으로써 성장률을 하락시켜 인플레이션과 고용시장의 과열추세를 억제하여야 한다. 연준의 이 과제는 현재의 인플레이션과 고용시장 추세를 고려할 때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이는 주식시장에 전반적인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주식시장의 추세적 반등은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지난 달 조정을 거치면서 이미 경기둔화에 대한 리스크를 실제 발표되고 있는 경제지표들 보다 상대적으로 크게 반영하고 있다.
본격적 미 경기둔화 시그널은 연말에나
미국 및 세계금융여건지수는 현재 수준에서 금리상승에 의하거나 주식 등 위험자산의 가격하락에 의해 더욱 긴축될 것이다. 두가지 요인 중 어느 요인이 주도할 지는 자본시장이 경기둔화에 대해 어떤 전망을 가지게 되느냐에 달려있다. 골드만삭스 리서치에 의하면 주식 및 신용스프레드는 경기가 불황국면으로 진입하기 3-6개월 전에 크게 반응하는데 반하여 채권시장의 장단기금리차는 대개 12-18개월 후의 불황국면을 예측하며 반응하곤 한다. 따라서 주식가격의 큰 폭 하락이나 신용스프레드의 확대가 금융여건의 긴축을 주도하는 경우가 일어나려면 불황국면이 임박했다는 시장의 공포가 극대화되어야 하는데 현재의 경기추세로 판단할 때 그럴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 보인다. 이 경우 임박한 불황에 대한 공포로 인해 원자재가격이 하락하며 장단기금리차는 더욱 역전되고 궁극적으로는 정책금리의 인하로 이어지는 Bull Steepening 사이클에 진입하게 된다.
현재의 경기상황은 특히 미국의 경우 금융여건의 긴축에도 불구하고 경기과열이 쉽게 진정되지 않으며 경기지표가 상당기간 견조한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불황국면에 대한 공포가 확대되기 보다는 견조한 경기지표가 주식 등 위험자산가격의 급락을 방어하는 패턴을 보일 것 같다. 이 경우 연준은 금리인상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매파적 시그널을 시장에 지속적으로 보낼 수 밖에 없고 원자재시장의 활황세는 지속될 것이다. 세계금융여건의 측면에서 보자면 중국이 현재 정점을 향해 가고 있는 봉쇄조치를 조금씩 완화하기 시작하고 경기부양책을 좀더 적극적으로 실시한다면 이머징마켓의 주식과 원자재시장은 불황국면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며 상대적으로 강한 반등을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얼마전 미국의 10년물과 2년물 금리차가 역전되며 경기불황에 대한 리스크가 부각되었다. 이후 미 연준이 6월부터 양적긴축을 실시할 의도를 가지고 있음을 밝히면서 장단기 금리차 역전이 해소되었다. 미국 장단기금리의 변화추세는 앞으로 12-18개월 후 경기불황에 대한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이는 주식시장이 불황에 대한 리스크를 더 크게 반영하기에는 시기적으로 아직 이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주식시장은 경기불황에 대한 리스크가 본격화되는 하반기 이후까지 추세적 하락국면속에서 하락과 부분적 반등을 반복하는 패턴을 보일 것이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연준의 금리정책에 대한 시장의 또다른 관심사는 미국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나 추세적 하락기에 접어들었는가이다. 대다수의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의 근원소비자물가지수 상승세가 지난 3월 정점을 지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런 판단이 시장의 금리전망에 영향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최근의 인플레이션 추세를 분석해보면 쉽게 억제되지 않는 서비스물가지수 상승률과 임금상승률이 지속되고 있어 인플레이션이 빠른 속도로 진정될 것으로 보기 어렵다. 시장이 금리전망을 수정하기 위해서는 위의 두가지 인플레이션 요인이 진정되는 모습을 몇달에 걸쳐 보이기 시작해야 한다. 아직은 그런 시그널이 보이지 않는다.
미국 금리선물시장은 연준이 올해 총 2.5% 포인트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반영하고 있다. 올해초에 비해 금리전망이 대폭 상향조정되었음에도 시장의 금리전망은 당분간 더욱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경기지표가 쉽게 하락하지 않으며 단기간 주식시장의 급락이나 신용스프레드의 큰 폭 확대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연준은 시장의 금리전망을 높여 금융여건을 더욱 긴축으로 유도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높아지는 금리전망은 그 자체로 주식의 밸류에이션을 낮추는 영향을 나타내지만 결국 시차를 두고 경기불황의 위험을 높이며 주식시장이 본격적 베어마켓국면으로 진입하게 할 것이다. 경기불황에 대한 리스크 확대는 KOSPI와 같이 세계경기에 민감한 주식시장에 대한 하방압력을 크게 높일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