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달러화와 위험자산의 역상관관계
지난 3 월말부터 쉼없이 오르기만 했던 주요 테크놀로지 주식들(“Tech Giants”)이 9 월초부터 일제히 조정국면에 진입하면서. 이들 소수 종목에 의해 견인되었던 미국의 NASDAQ 과 S&P500 등 주요 인덱스들은 코로나 위기 이후 처음으로 의미있는 조정을 보였다. 미국 주식시장의 조정국면은 전세계 주식시장으로 확대되었고, 4 월말 이후 약세를 보였던 미 달러화는 강세로 급격히 전환되고 금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은 약세로 돌아서는 반전을 보였다.
테크놀로지 주식들의 높은 밸류에이션은 차치하고 매크로 측면에서 주가 조정의 계기를 분석해보면 두가지 요인이 나타난다. (1) 코로나 위기에 대응한 전례 없는 적극적 재정정책에 의해 3/4 분기 급반등세를 보이던 미국경제의 회복세가 주춤해지고, 현재 실시 중인 부양책의 재정지출 한도는 거의 소진된 반면, 추가 부양책에 대한 민주, 공화 양당의 합의가 대선을 앞두고 이루어질 가능성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는 점과 (2) 여름 휴가 시즌이 지나고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유럽과 미국 대서양 양안에서 일별 코로나 감염 확진자수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며 부분적 이동제한이 실시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실제, 최근 올 미국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고 유럽의 성장률 전망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늘어나고 있다.
여기서 눈 여겨 봐야할 것은 미 달러화의 움직임이다. 지난 달 달러화는 절하 추세가 시작된 4 월말 이후 주요 통화에 대해 가장 큰 폭으로 절상되었다. 미국 경제 성장률에 대한 전망이 하향 조정되고 있는 와중에 달러화는 강세로 반전되는 달러화만의 특이한 현상이 나타났다. 미 달러화는 대표적 안전자산으로서 위험자산가격의 움직임과 역상관관계를 보이곤 하는데 이런 현상은 미국 국내경제의 둔화가 위험자산가격의 하락 원인이 되는 경우에도 나타난다. 이는 미 달러화의 세계경제 기축통화로서의 위상과 관련이 있으며 또한 미국경제의 변동성이 전세계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출처: 퀸티와이즈, Investing.com, 크레스트아시아자산운용
달러화의 양면성: 미국의 통화인 동시에 세계경제의 기축통화
미 달러화는 미국경제의 통화로서의 역할과 세계경제의 기축통화로서의 위상을 가지는 양면성을 보인다. 미국경제의 통화로서의 달러화는 다른 통화들과 마찬가지로 미국 국내경제와 금융시장이 다른 나라들의 경제나 금융시장 상황보다 활황세를 보이면 절상되는 추세를 보이고 반대의 경우에는 절하되는 추세를 보인다. 지난 4 월말부터 진행된 달러화의 약세는 바로 달러화의 미국 통화로서의 역할과 연결되어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2019 년까지 지속되던 미국경제의 상대적 활황세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고 연방은행의 공격적 정책금리 인하는 지난 3 년여 유지되었던 대내외 금리차를 단숨에 없애 버림으로써 달러화에 대한 상대적 투자 매력도가 감소한 것이다.
세계경제의 기축통화로서의 달러는 대표적 안전자산이다. 이머징 국가 채무의 대부분이 달러화 베이스이며 세계무역의 60% 이상이 달러로 거래된다. 바로 이점이 달러화의 움직임이 세계경제의 척도가 되는 동시에 위험자산가격과는 역상관관계를 나타나게 한다. 달러화의 세계경제 기축통화로서의 위상은 실제 2008 년 금융위기시에 잘 나타난다. 금융위기의 원인이 미국 주택시장의 버블 붕괴와 그에 따른 미국 금융시스템의 위기에 있었음에도 미국경제의 통화인 달러는 급격히 절상되는 현상을 보였다. 앞에서 지적한 대로 미국 국내경제의 문제가 위험자산가격 하락의 원인인 경우에도 미 달러화는 기축통화의 위상으로 인하여 절상되는 현상이 나타난 경우이다. 지난 9 월 달러화의 강세 반전과 KOSPI 를 비롯한 세계 주식시장의 조정도 같은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
달러화의 실질실효환율이 현재 10% 이상 고평가되어 있다는 점은 미국 통화로서 달러화의 추세적 약세에 필요한 조건은 충족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경제의 기축통화로서 달러화가 가지는 위험자산과의 역상관관계가 해소되는 시점에 추세적 약세가 다시 진행될 것이다. 물론, 달러화의 기축통화로서의 위상이 이번 코로나 위기로 인해 급격히 퇴색될 수 있다는 점은 추후 다시 논의할 생각이다. 단기적으로 달러화의 추세적 약세가 다시 시작되기 위해서는 세계경기 회복에 대한 전망이 좀 더 확실해지고 최근 늘어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진자수 추이가 감소세로 반전되어야 한다. 백신의 개발과 대규모 접종은 위의 두가지 불확실성을 단숨에 해결하면서 달러화의 본격적 약세국면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출처: FRB, 퀸티와이즈, 크레스트아시아
미 대선과 달러화
경기전망과 코로나 방역/백신에 더하여 달러화의 움직임과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가 올해에는 또 하나 있다. 미국 대선이다. 지난 금요일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감염 확진과 월요일 퇴원의 일련의 과정에서 보여준 달러화의 움직임은 달러화의 양면성을 극적으로 나타낸다. 트럼프 대통령의 감염 확진 뉴스에 따라 미국 대선구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달러화는 강세로 주식시장은 약세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였다. 달러화의 기축통화로서의 위상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이다. 뒤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감염에 따른 민주당 바이든 전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트럼프의 대선 결과 승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감소하자 재정확대 등 민주당이 대선 이후 실시할 정책들에 대한 효과를 반영하며 달러화는 윌요일 다시 약세로 전환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통화로서의 달러화의 움직임인 것이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당분간 달러화의 움직임은 달러화의 양면성이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일 것 같다.
2020 년 미국 대선 결과는 다음의 네가지 가능성으로 정리할 수 있다. (1) 의회와 행정부를 모두 민주당이 장악하는 경우, (2) 의회와 행정부를 민주, 공화 양당이 각각 분점하는 경우, (3) 공화당이 모두 장악하는 경우, 그리고 (4) 대선 결과에 즉각적으로 승복하지 않으면서 불확실성이 내년초까지 이어지는 경우이다. “The Good Judgement Project”의 Superforecaster 에 의하면 바이든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확진 이후 75%에서 84%까지 상승하였고 민주당의 상, 하원 장악 가능성은 지속적으로 60%대 후반으로 예측되고 있다. 바이든 후보의 대선 압승은 대선 결과 불복이라는 미 정국구도의 불확실성을 낮추며 안전자산으로서의 달러화 강세의 주요 원인을 제거하는 효과를 나타낸다. 현재의 예측대로라면 민주당 대선 정강정책이 미국 통화로서의 달러화의 움직임을 좌우하는 열쇠가 되는 것이다.
바이든 후보의 당선과 민주당의 상, 하원 장악은 (1) 재정지출의 확대와 보조금을 통한 이전 소득의 증가, (2)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정책에 반해 재정지출을 부분적으로라도 상쇄하기 위한 기업, 개인 소득세의 증세, (3) 대중국 정책의 예측성 증대와 관세 등을 통한 무역전쟁 확전 가능성 감소, 그리고 (4) 주요 테크놀로지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민주당의 추가 부양책과 지속적인 확장 재정정책은 기대 인플레이션의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미국 장기 금리의 상승이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여전히 높은 실업률과 미 연방준비은행의 적극적 통화정책을 감안할 때 명목금리의 급격한 상승보다는 실질금리의 추가 하락과 이에 따른 달러화의 추세적 약세가 진행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GDP 의 아웃풋 갭이 좀 더 빨리 축소되고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서 연방준비은행의 금리인상 시기가 1~2 년 정도 앞으로 당겨질 수 있다. 달러화의 추가적 약세는 대중국 정책의 가시성 증대와 더불어 중국 위안화의 강세로 이어질 것이며 원화도 절상추세를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10 월 5 일의 원화 강세는 바로 이런 효과로 해석된다. 달러화의 약세는 금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상승과 이머징 마켓으로의 로테이션을 의미한다. 또한, 민주당의 중장기적 증세정책도 미국 기업들의 실적 회복에 부정적 영향으로 나타나면서 상대적으로 이머징 마켓의 매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출처: 퀸티와이즈, 크레스트아시아

출처: 퀸티와이즈, 크레스트아시아
민주당 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며 대선 즈음 미국 금리가 오른다면 상승 정도에 따라 테크놀로지 주식을 중심으로 한 성장주에 대한 높은 밸류에이션이 취약성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 성장주들의 밸류에이션은 기본적으로 초장기 현금창출 기대감을 현재가치로 할인한 것임으로 금리 변화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반면, 장단기 금리차의 확대와 함께 금융주의 랠리가 나타날 것이며 마침내 전통적 경기민감주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게 될 것이다.
아직 남은 한달은 짧지 않은 기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월요일 일단 퇴원하면서 대선의 방향은 아직도 많은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금융시장의 움직임은 아직 바이든 후보의 승리와 민주당의 상, 하원 장악을 결론이 난 것으로 반영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현재의 민주당 완승 구도가 더욱 고착된다면 중국을 중심으로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마켓에 대한 투자자금의 흐름과 테크놀로지 섹터에서 은행과 전통 경기민감주로의 섹터 로테이션이 기대된다.
미 대선구도가 다시 접전으로 전개되면서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승하는 경우에는 달러화가 상승 전환되면서 위험자산가격은 하락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추가 부양책에 관한 민주당과의 협상을 트위터 메시지 하나로 대선 이후로 연기해버린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한 행동방식은 계속해서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또한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에 관한 뉴스도 여전히 변동성의 주요 원인으로 남아있다. 달러화 변동성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