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는 금리, 추락하는 실적

흔들리는 연준에 대한 신뢰

미 연준 파월의장은 8월말 잭슨홀 미팅에서 8분여의 비교적 짧은 연설을 통해 다음의 세가지 포인트를 시장에 명확히 전달하고자 했다. 첫째,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가계와 기업에 의도치 않은 그러나 불가피한 고통을 줄 수 있으나 물가안정 없이는 나중에 휠씬 더 큰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둘째, 80년대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성공적으로 안정시켰던 볼커의장의 과감한 정책이 주는 교훈은 현재의 인플레이션을 연준의 2% 목표치까지 낮추기 위해서는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상당기간 지속해야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셋째, 현재 통화정책은 경기하강에 대한 리스크보다는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것에 명백히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파월의장의 메시지는 지난 7월 FOMC회의 후의 기자회견 내용과 크게 차이가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파월의장은인플레이션이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더라도 연준의 목표치인 2%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는 확신이 생길 때까지 금리정책을 긴축으로 유지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현재 금리선물시장이 기대하고 있는 2023년 조기 금리인하에 대한 가능성을 차단하고자 했다. 파월의장은 의도적으로 인플레이션에만 메시지의 초점을 맞춰 7월 FOMC 회의 후 나타난 주가상승과 금융여건의 완화를 연준의 의도대로 긴축으로 되돌리고자 했다. 파월의장의 메시지에는 시장에게 연준의 긴축의지에 관한 다른 해석의 여지를 남기지 않으려는 의도가 명백히 담겨 있었다.

연준은 정책과 정책의지에 관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번 파월의장의 잭슨홀 연설은 신뢰회복의 과정이 시작되었음을 알린다. 전 핌코 CIO였던 엘에리언의 지적(8/27/2022 Financial Times)처럼 연준은 현재 지난 18개월 동안의 정책오류에서 벗어나 통화정책을 재정비하고 앞으로의 통화정책의 틀에 관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다시 말해서, 연준은 과거에 대한 반성과 현재 정책의 명료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미래 정책의 틀에 관해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파월의장은 이번 연설에서 당장 시급한 현재 정책에 관한 명료성만을 강조하면서 연준이 과거와 미래에 관한 논의를 할 여유가 없음을 드러냈다.

연준의 신뢰성이 도마에 오른 이유를 엘에리언은 다음의 네가지로 요약한다. 첫째, 작년 잭슨홀 연설에서 파월의장은 치솟는 인플레이션이 팬데믹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병목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진단하였다. 연준의 경기전망과 정책은 이미 현실과 괴리가 벌어지고 있었다. 연준의 안이한 경기진단, 그에 따른 경기전망 오류, 정책에 관한 명료하지 못한 시그널, 그리고 늦장 대응은 결국 연준의 정책오류로 이어졌다. 둘째, 연준의 정책오류는 경기 연착륙의 가능성을 크게 감소시켰으며 전세계 경제는 침체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불가피해 보이는 경기침체는 저성장과 고물가로 인한 빈부격차의 확대와 금융시스템의 불안정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 셋째, 정책오류로 인해 시장의 연준 정책 가이던스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 연준의 거듭된 큰 폭 금리인상과 긴축의지 표명에도 7월 이후 주가는 상승하고 금리선물시장은 내년 조기 금리인하를 반영하는 등 연준의 정책의지를 시장이 그대로 반영하지 않으면서 정책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 것이다. 넷째, 연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디스인플레이션, 즉 물가하락세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악화될 가능성을 보이자 이에 대응하여 2020년 통화정책의 틀을 2% 인플레이션 목표에서 “평균 2% 인플레이션 목표 (Average Inflation Targeting, AIT)”로 변경하였다. 하지만 세계경제는 팬데믹 이후 수급 불균형이 초래한 치솟는 인플레이션으로 고통 받고 있다. 현재 진행형인 원자재 공급부족과 노동력 부족은 쉽게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될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연준은 정책의 예측가능성과 효율을 높이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 2년만에 또다시 새로운 정책의 틀을 제시해야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연준은 과거의 정책오류, 현재의 정책대응, 그리고 미래의 정책방향과 틀을 종합적으로 제시할 때에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잭슨홀 연설에서 파월의장은 현재의 정책대응에만 초점을 맞췄다. 정책오류의 원인을 찾아 분석하거나 새로운 정책의 틀을 제시하기에는 시간적 여유도 없었고 현재 상황이 그만큼 위급하기도 했던 것이다.

파월의장이 긴축정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이후 지역 연준 총재들도 한결같이 통일된 목소리로 긴축의지를 강조하고 나서며 시장에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미국의 주요 주가지수는 물론 전세계 주식시장은 큰 폭의 조정을 보였고 채권금리는 상승하였다. 연준의 의도대로 7월이후 완화되었던 금융여건을 다시 긴축으로 돌려놓는 효과를 거두었다. 시장은 연준이 파월의장의 잭슨홀 연설을 행동으로 뒷받침할 것인 지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이번 달 하순으로 예정되어 있는 FOMC회의가 시장의 중요한 판단기준이 될 것이다. 우선 연준은 지난 6월에 발표한 경기전망을 현실을 반영하여 대폭 수정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번 발표된 연준의 경기전망과 금리점도표는 FOMC위원들이 정책금리가 내년 3.8%에서 정점을 이룰 것으로 예상하며 실업률의 큰 폭 증가없이 인플레이션이 급격히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연설에서 파월의장은 금리를 상당 폭 더 올릴 수 밖에 없으며 따라서 실업률이 증가하는 것은 불가피하며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2% 목표치에 근접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임을 밝혔다. 9월 FOMC이후 발표될 경기전망과 금리점도표는 파월의장이 예고한 대로 내년 최종 정책금리의 정점을 큰 폭 상향 조정하고 실업률 예상치를 상당히 높여 잡음으로써 좀더 현실적인 전망을 내놓으려 할 것이다. 또한 정책금리를 0.75% 올리면서 강력한 긴축의지를 재확인할 것이다. 9월말까지 연준은 정책금리를 6개월만에 3.25%까지 300bp 올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달부터 연준의 양적긴축이 속도를 내면서 매월 950억 달러의 유동성을 흡수할 예정이다.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하는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하락 추세를 보이더라도 인플레이션의 수준이 연준의 2% 목표치에 충분히 근접할 때까지 강력한 인플레이션 대응책을 고수하는 정책을 펼 수 밖에 없다.

그림 1: 선물시장 연준 올해 3.9%까지 인상 예상
그림 1: 선물시장 연준 올해 3.9%까지 인상 예상

출처: Bloomberg, Daily Shot

미국경제 둔화는 세계경제의 깊은 침체 의미

연준의 강력한 긴축의지와 미국 소비패턴의 변화는 세계경제에 상당히 험난한 앞길을 예고한다. 금리인상과 양적긴축은 총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거시경제 정책으로 각기 다른 사이클에 처해 있는 산업과 기업에 무차별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미국의 제조업과 소매업 업황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미국경제의 8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서비스부문은 가계의 소비패턴이 상품에서 서비스로 옮겨가면서 과열 상태이다. 결국, 총수요를 억제해야하는 연준은 제조업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서비스부문이 충분히 둔화될 때까지 긴축정책을 쓸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와 대만을 비롯해 글로벌 공급망에 위치하여 상품수출 비중이 큰 경제는 미국의 제조업과 소매업의 침체로 수출업황의 급격한 악화가 불가피하며 따라서 경기의 전반적 침체를 겪을 수 밖에 없다. 실제 우리나라의 지난달 무역수지는 94억 7천만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관련 통계 작성 역사상 월간 적자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수출은 물량이 늘지 않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 늘어난 반면 원유가 하락에도 수입은 28.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2: 한국의 8 월 무역수지 사상최대 기록
그림 2: 한국의 8 월 무역수지 사상최대 기록

출처: 산업통상자원부, Daily Shot

중국에 주로 중간재를 수출하여 현지 가공 후 미국 등 선진경제로 수출하는 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중국수출도 선진경제권의 상품수요가 둔화되며 전년대비 5.4% 하락하였다. 제로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며 심각한 내수부진을 겪고있는 중국의 국내상황도 대중국수출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앞으로의 더 큰 문제는 전세계의 상품수요는 이미 깊은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상품 수입수요는 소매업부문의 재고조정과 더불어 더욱 부진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고, 에너지위기로 인한 인플레이션으로 70년대식 경기불황에 빠져든 유럽쪽으로의 수출 역시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중국정부가 제로코로나 정책을 기온이 내려가는 상황에서는 전환하기 더욱 곤란하기 때문에 대중국 수출이 회복되길 기대하기도 어렵다. 연준의 강력한 긴축정책과 미국의 상품소비 둔화는 곧 세계경제의 침체와 우리나라 수출의 급락을 의미하는 것이다.

오르는 금리, 추락하는 실적

팬데믹 이후 연준의 인플레이션 예측 오류에서 보듯이 전통적으로 인플레이션은 정확히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주요국들의 인플레이션이 2000년대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인플레이션의 향방을 예측하기 더욱 어려운게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거시경제 상황을 종합해 볼 때 두가지 상대적으로 명확해 보이는 변수들이 있다. 첫째, 미 연준을 선두로 한국은행을 포함한 주요 중앙은행들은 올 하반기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할 것이라는 점이다. 둘째, 중앙은행들이 총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기업들의 실적은 하락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림 3: S&P500 기업 실적전망 하향조정 진행 중
그림 3: S&P500 기업 실적전망 하향조정 진행 중

*(3개월 평균 실적전망 상향 기업 수 – 3개월 평균 실적전망하향기업 수) / 총 실적전망 기업 수
출처: I/B/E/S data by Refinitiv, Yerdini Research

그림 4: MSCI EM 기업 실적전망 큰 폭 하향조정 중
그림 4: MSCI EM 기업 실적전망 큰 폭 하향조정 중

* (3개월 평균 실적전망 상향 기업 수 – 3개월 평균 실적전망하향기업 수) / 총 실적전망 기업 수

출처: I/B/E/S data by Refinitiv, Yerdini Research

그림 5: MSCI 한국 기업 실적전망 하향조정 시작
그림 5: MSCI 한국 기업 실적전망 하향조정 시작

*(3개월 평균 실적전망 상향 기업 수 – 3개월 평균 실적전망하향기업 수) / 총 실적전망 기업 수
출처: I/B/E/S data by Refinitiv, Yerdini Research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와 수출기업들이 실적은 환율의 움직임 때문에 전망하기가 더욱 까다롭다. 특히, 지금과 같이 환율의 변동이 빨라지는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 크레스트아시아 리서치 분석에 의하면 원화약세가 총수요의 둔화를 상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며 현재의 경기순환국면을 고려할 때 기업실적의 큰 폭 하락은 불가피한 것으로 예상된다.

그림 6: 미국 제조업 둔화와 한국 기업실적 하락
그림 6: 미국 제조업 둔화와 한국 기업실적 하락

출처: ISM, Bloomberg, Krest Asia

그림 7: 미국 제조업 둔화와 원화 약세
그림 7: 미국 제조업 둔화와 원화 약세

출처: ISM, 한국은행, Bloomberg, Krest Asia

그림 8: 원화약세가 기업실적을 방어해주지는 못해
그림 8: 원화약세가 기업실적을 방어해주지는 못해

출처: 한국은행, Bloomberg, Krest Asia

거시경제상황이 불확실할 때에는 상대적으로 명백해보이는 변수들을 통해 주식시장 전망을 해볼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두가지 상대적으로 명백한 변수들, 즉 금리와 기업실적은 금리인상과 인하, 기업실적의 상승과 하락으로 나누어 4가지 경우의 시나리오를 구성해볼 수 있다. 앞으로 적어도 6개월은 금리인상과 기업실적 하락이라는 주식시장에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시나리오의 전개를 쉽게 예측해볼 수 있다. 리처드 번스타인 어드바이저스의 분석에 의하면 금리인상과 기업실적 하락이 겹치는 경우 S&P500의 1971년부터 2022년 6월까지 평균 분기 수익률은 1.7%이고 손실확률이 43%에 달해 다른 세가지 경우에 비해 주식시장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그림 8: S&P500 분기별 수익률
그림 8: S&P500 분기별 수익률

출처: Richard Bernstein Advisors LLC, S&P Global, Bloomberg

경기와 주식시장 전망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경기방어주를 중심으로 한 매수 포지션과 경기민감주에 대한 매도 포지션으로 섹터 전략을 구성하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