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감에 들뜬 주식, 채권시장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며 금리인상은 이제 끝이 보이고, 중국과 유럽은 회복세로, 미국은 연착륙으로 가고 있다는 기대감이 한껏 높아지고 있다. 전격적인 리오프닝으로 인한 일시적 감염확산이 진정되기 시작하며 중국경제는 서비스섹터를 중심으로 급격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정부 역시 부동산시장에 대해서도 그동안의 경직된 정책에서 벗어나 좀더 유화적 자세를 보이고 있어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유럽경제는 유난히 포근했던 겨울 덕분에 에너지 위기를 모면하며 최악의 경기침체 시나리오에서 벗어나고 있다. 에너지 부족으로 인해 조업단축까지 감내해야 했던 제조업이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 또한, 지속되는 임금상승과 천연가스 가격의 폭락으로 가계의 실질소득이 높아지며 소비도 서서히 살아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과 유럽의 경기회복세는 아직까지 경기지표 같은 하드데이터보다는 구매관리자지수 같은 소프트데이터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경기가 저점을 통과할 때 때때로 목격되곤 한다.
미 연준은 작년의 긴축 일변도에서 한 걸음 물러나 좀더 신중한 기조로 돌아섰다. 최근 금융여건이 급격히 완화되었음에도 연준은 인플레이션 억제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며 당장 현재의 시장 분위기를 망칠 것 같지 않다. 미국경기도 둔화되고는 있으나 당장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신호는 아직 뚜렷이 나타나고 있지 않다. 오히려 금융여건이 완화되며 경기반등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경기침체를 가늠하는 척도였던 장단기 금리차가 100bp 이상으로 크게 역전되며 경기침체를 경고하고 있으나 투자자들은 장기금리의 하락을 인플레이션 급락에 따른 연준의 금리인하 가능성으로 해석하고 있다. 오히려 장기금리의 하락이 주택모기지금리 하락으로 이어지며 연준의 공격적 금리인상에 직격탄을 맞았던 주택시장이 조금씩 활성화되기 시작하는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상품소비 둔화로 인한 재고조정이 진행되며 침체구간으로 급락하였으나 투자자들은 오히려 상품가격의 하락을 반기며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이다.

출처: S&P Global, Daily Shot
인플레이션 하락세, 미국 연착륙, 유럽과 중국의 회복세는 모두 세계경기가 저점을 지나고 있다는 전망을 뒷받침한다. 특히, 유럽의 제조업과 중국의 서비스섹터는 극심한 침체에서 벗어나고 있어 당분간 회복세가 지속될 것이며 세계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것이다.
실적전망은 악화되는데
세계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과 더불어 달러가 급격히 약세 전환되고 금리가 하락하며 신용스프레드가 축소되는 등 금융여건이 전반적으로 개선된 점은 분명히 KOSPI를 비롯한 주요 주가지수에 긍정적이다. 하지만 미국도 우리나라도 주요기업들의 4/4분기 실적은 예상치를 대부분 밑돌고 있으며 경영진의 실적전망도 대단히 실망스럽다. 실적전망이 큰 폭 하락하고 있는 와중에 일어난 최근의 주가상승은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을 크게 상승시키며 투자자들을 고민에 빠뜨리고 있다. 주가와 실적이 반대로 움직이며 KOSPI P/E는 근래 최고치인 12배까지 치솟았다. 이에 투자자들은 개선의 기미를 보이는 매크로 시그널을 좇아 높은 프리미엄에도 추격매수에 나설 것인지 자꾸 달아나는 시장을 바라만 보고 있을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딜레마에 처해있다.
경기가 저점을 통과할 때 주식시장의 기대감이 먼저 반영되면서 주가의 밸류에이션 멀티플이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나곤 한다. 주가의 밸류에이션이 일단 상승하고 나면 시장은 기업의 실적전망이 반등하기를 기다리며 기간조정에 들어가게 되는데 이를 경기 중반 사이클 조정 (Mid-cycle Adjustment) 이라고 한다. 세계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난 달 큰 폭 상승한 주가가 숨고르기에 들어가며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다. 과연 지금이 중반 사이클 조정기에 해당하는지는 앞으로의 경기전망에 달려 있다. 2/4분기 이후 경기전망의 가장 큰 변수는 역시 미국경기가 연착륙에 성공할 것인지 아니면 경기침체에 들어가게 될 것인지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출처: Quantiwise, Krest Asia

출처: Factset, S&P, Goldman Sachs Global Investment Research
지나친 낙관론일까?
유럽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경기 회복세와 미국의 인플레이션 하락세가 주도하는 현재의 낙관론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다. 우선, 중국경제가 본격적인 회복세로 접어들면 원자재시장의 수급이 다시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경제의 본격적 회복국면으로 촉발될 원자재가격 재상승은 인플레이션 전망을 또 다시 복잡하게 할 것이다. 현재 인플레이션의 하락세를 주도하고 있는 에너지가격과 상품가격의 하락세가 미미해지거나 상승 전환되면서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의 하락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소비자들의 기대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할 수 있다.
최근 발표되는 미국 경기지표들은 연착륙 가능성을 판단하기 대단히 어렵게 한다. 12월 소매판매지수, 제조업지수, 채권 수익률의 장단기금리 역전 및 확대, 소매업판매 증가율, 주택판매지수 그리고 주요 IT기업들의 실적전망은 경기전망을 상당히 암울하게 한다. 하지만 지난 주 미국의 1월 신규취업자수가 시장 예상치 187,000명을 휠씬 뛰어넘는 517,000명 증가한 것으로 발표되며 미국의 고용시장은 아직도 과열상태이며 임금상승과 인플레이션의 기저요인들은 해소되고 있지 않음을 나타냈다. 반면에 임금상승률은 12월 전달대비 0.30% 상승하여 전년대비 4.4% 상승을 기록하며 12월보다 0.4%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상승률은 아직 높지만 하락추세는 지속되고 있음을 확인해주었다. 침체가 심화되고 있는 제조업 경기전망에 비해 서비스산업 구매관리자지수는 12월에는 침체를 예고하는 수준인 49.2를 기록한 반면 1월 55.2로 재상승하며 활황세를 예고하고 있다. 경기지표가 혼재되며 이번 달 고용지표가 미국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을 높이는 것인지는 판단하기 대단히 어렵다. 팬데믹 와중에 상품소비로 몰렸던 가계소비가 서비스소비로 대거 이동하면서 서비스산업의 일시적 호황과 임금상승을 야기한 것일 수도 있다. 따라서 글로벌 공급망이 정상을 찾으면서 하락세로 접어든 상품가격 추이에서 보듯이 서비스산업의 임금상승도 앞으로 일시적 수급불균형이 해소되면서 점차 하락세로 접어들 것인가? 아니면, 고용시장의 수급불균형은 구조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높은 임금상승률이 지속되어 결국 연준으로 하여금 경기침체를 유도하게 할 수 밖에 없을 것인가? 현재로서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교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연준도 물론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최근 연준은 통화신용정책의 초점을 주택가격을 제외한 근원서비스가격지수에 맞추고 있다. 이 지표는 임금상승률 추이에 의해 주도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앞으로 연준의 정책방향은 임금상승률에 의해 크게 영향 받을 것 같다.

출처: Deutsche Bank, Financial Times
연준의 지속된 금리인상에도 미국의 금융여건지수는 작년 하반기부터 완화되기 시작하여 현재는 연준이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금리인상에 나섰던 작년 3월 수준까지 완화되었다. 금융여건이 완화되면서 경기에 미치는 연준의 금리인상 효과는 올 1/4분기를 정점으로 급격히 쇠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여건이 완화되며 신용카드 잔액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 주택거래도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한, 에너지가격 하락, 임금상승 그리고 사회보장연금 (Social Security Benefits) 인상은 가계의 실질소득을 증가시켜 소비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적어도 2/4분기를 기점으로 미국경기는 최근의 둔화세에서 벗어나 반등세로 돌아설 것 같다. 중국 리오프닝으로 인한 원자재가격 상승과 더불어 가계소비가 증가하면서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쉽게 하락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채권시장이 예상하고 있는 것보다 인플레이션은 더 높게 더 오래 지속될 것이며 결국 시장은 연준의 한반기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를 접어야 하는 순간이 올 것이며 주식, 채권시장 변동성 확대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결국,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늘어지면서 결국 경기침체의 가능성이 상승할 것이다. 아직까지 금리인상으로 인해 미국경제의 시스템리스크가 불거지는 상황이 아니어서 연준은 필요시 경기침체를 유도하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연준으로서는 금리인상으로 유도한 경기침체는 금융위기와 달리 시스템리스크가 없어 심각하지 않을 것이며 인플레이션이 해소되면 적극적 금리인하에 나서면서 쉽게 반등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기 때문이다.

출처: Factset, Goldman Sachs Global Investment Research
국내 경기전망은 계속 불안해
수출이 추락하고 부동산시장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이 재상승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제가격 상승에도 최대한 미뤄왔던 전기, 가스 등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재상승하고 있어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 질 수 밖에 없다. 공공요금은 급격한 인상률에도 요금수준은 아직도 원가에 턱없이 못 미치고 있어 앞으로도 추가인상이 불가피해 보이며 원자재가격이 재상승할 경우 인상 폭은 더욱 확대될 수 밖에 없다. 가계의 실질소득이 감소하면서 내수는 심각한 침체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침체와 부동산시장의 불안으로 인한 시스템리스크에도 한국은행의 정책 운신 폭은 대단히 좁아 보인다.
섹터전략이 중요한 국면으로
미국을 비롯한 주요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은 금리수준과 실적에 비해 이미 고점에 근접하고 있다. 반면, 기업의 실적전망은 계속 하향조정되고 있어 밸류에이션 멀티플 확장에 의한 더 이상의 주가지수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국면이다. 오히려 경기반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밸류에이션이 지나치게 급하게 상승한 측면이 강해 단기간에 실적전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시장이 전반적으로 하락할 여지가 크다. 연준이 금리인상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금융여건이 더욱 완화되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오히려 경기반등과 인플레이션은 금융여건이 다시 긴축으로 쏠리게 할 가능성이 높다. 달러강세 전환과 이머징마켓을 비롯한 전반적 주가하락 시나리오가 상당히 우려된다. 따라서 포트폴리오 구성은 섹터별 실적전망을 중심으로 롱/숏 전략을 구성하고 전반적으로는 시장중립적 성향을 유지하는 것이 변동성 관리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