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플레이션 오버슛 리스크
지난 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과 에너지/음식료를 제외한 근원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전년 대비 각각 4.2%와 3.0% 상승한 것으로 발표되면서 예상치를 휠씬 넘는 수준을 기록하였다. 미 연준의 물가상승률 지표인 근원민간소비지출 가격지표 (Core PCE price Index)도 3.1% 상승하며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예상치를 크게 뛰어 넘는 물가상승률은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부각시키면서 주식시장 변동성을 확대하였다. 반면, 연준의 거듭된 정책의지 표명과 예상에 못 미친 고용지표에 촛점을 맞추고 있는 채권시장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높은 물가상승세는 기저효과에 더하여 더딘 글로벌 공급망 정상화 속도와 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항공료 등 일부 품목의 일시적 상승에 따른 영향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노동력 부족에 따른 임금상승도 연방정부의 특별실업수당 지급이 만료되면서 공급증가와 함께 점차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원자재시장의 수급불균형이 생산자물가를 자극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시적인 요소들이 해소되더라도 물가상승세는 상당히 높은 수준에서 연준의 예상보다 오래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원자재시장의 공급확충은 대부분 몇 년에 걸친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며 공급능력이 상대적으로 충분한 원유시장도 OPEC+가 공급조절에 의한 가격상승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의 중요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대만, 일본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코로나바이러스 재확산에 따라 봉쇄조치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반도체 부족 등 공급망 정상화 속도가 더욱 늦어지면서 현재의 물가상승세가 좀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생산자물가 상승은 비단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며 우리나라도 역시 수입물가상승세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대비 2.6% 상승을 기록하였다.

출처: Bloomberg, The Daily Shot, 크레스트아시아자산운용
완만해지는 미 경기회복과 미진한 고용시장
미국의 경기회복세는 경제활동 재개가 본격화되면서 2/4분기 정점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3/4분기부터는 재정지출의 효과가 희석되면서 완만히 둔화되기 시작할 것이다. 반면, 물가상승세가 일시적 반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게 되면 경기과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명목 및 실질금리의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현재의 고용시장 회복세는 연준의 목표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연준은 고용시장의 회복을 뒷받침하기 위해 단기금리를 현재 수준에서 안정시키려 할 것이다.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의 상승에도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점은 최근의 물가상승세가 일시적이라는 연준의 해석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물가상승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다면 연준의 정책 우선순위에 있지 않은 장기금리의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장단기 금리차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측되는 이유이다. 최근 미국 금융주들의 상승세는 이런 추세를 선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출처: US Federal Reserve Bank, 크레스트아시아자산운용

출처: US Federal Reserve Bank, US Labor Department,
한국: 수출회복세 둔화될 듯
한국의 수출증가율은 중국과 미국 제조업 경기실사지수가 정점을 지남에 따라 회복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는 백신접종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경제활동이 본격적으로 재개되는 4/4분기 이후에나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이다. 따라서 당분간 거시경제지표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일 듯하다.

출처: US ISM, Caxin, 크레스트아시아자산운용

출처: Caxin, 한국은행, 크레스트아시아자산운용
인플레이션 오버슛 리스크와 주가 변동성
경기회복세가 완만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물가상승세가 오버슛할 수 있는 리스크는 기대금리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주식시장 변동성을 상당 폭 확대시킬 것이다. 미국 고용지표와 소비자물가지수가 발표되는 시기를 전후로 변동성이 확대되는 패턴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의 KOSPI 상승세는 미 달러화 약세와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환율의 단기적 움직임은 대체로 각국의 단기금리 차이를 반영하곤 한다. 현재, 연준의 정책기조가 단기 실질금리의 상승을 억제하는데 촛점이 맞추어져 있어 국내 실질금리와 금리차가 벌어지게 되면서 원화강세 기조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몇 주 외국인 순매도세가 잦아들고 순매수로 전환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미 달러화가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 10% 정도 고평가되어 있다는 점도 달러화의 추세적 하락을 뒷받침한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서프라이즈가 금리충격으로 나타날 가능성은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할 때 작지 않은 테일 리스크로 남아있기 때문에 최근 시장의 상승세에도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에 유의할 수 밖에 없는 시기이다. 미국 장기금리가 점진적 상승한다면 KOSPI에 올 초 미국 금리의 갑작스런 상승이 초래했던 것 같은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연준의 단기금리 억제정책은 KOSPI의 하방리스크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다.

출처: Quantiwise, 크레스트아시아자산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