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한국도 금리는 오른다!

골디락스(Goldilocks)?

지난 금요일에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는 기대치를 휠씬 넘어서지도 그렇다고 기대치에 너무 못미치지도 않는 수준이었다. 중요한 것은 고용지표가 경기전망에 대한 혼재된 시그널을 보냄으로써 미 연준내 매파가 주장하는 9월부터의 자산매입규모 점진적 축소 (테이퍼링, tapering)가 힘을 얻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반대로, 테이퍼링 스케줄은 의장인 파월을 비롯한 비둘기파 리더십의 의도대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고용지표는 시장의 낙관론에 힘을 보태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 발표된 뱅크오브아메리카 투자자조사에 따르면 현재 시장의 컨센서스는 (1) 세계경제의 높은 성장률 지속, (2) 최근의 높은 인플레이션의 일시성, 그리고 (3) 중앙은행의 지속적인 완화적 정책기조에 기초한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경제전망을 바탕으로 자산가격의 지속적 상승을 기대하는 골디락스 시나리오로 정리된다.

실제로 지난달 FOMC회의 후 발표된 매파적 서프라이즈 (hawkish surprise)로 인해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급격히 완화되면서 시장의 낙관론이 강화되는 모습이었다. 미국 S&P와 NASDAQ을 비롯하여 KOSPI 주가지수는 사상최고치를 경신하였고 미 국채금리는 하락하고 회사채 시장은 랠리를 이어가는 모습을 나타냈다.

채권시장의 불균형: 미 장기금리 상승 불가피

지난달 미국 공개시장위원회 (FOMC) 회의 이후 발표된 Dot Plot은 채권시장의 금리전망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이번에 발표된 전망에 따르면 FOMC위원들이 지난 3월 발표에는 없었던 2023년 두번의 금리인상을 새로이 전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2년 후의 금리정책에 대한 전망을 얼마만큼의 신뢰도로 평가해야 할 지는 쉽지 않다. 더욱이 2년 후 금리인상시기가 다가왔을 때의 FOMC위원들의 면면은 완전히 다를 것이다.

이번 Dot Plot의 의미는 미 연준이 작년부터 채택한 통화정책 목표인 AIT (Average Inflation Targeting)의 실행에 있어서 기존 시장의 기대보다 2%를 상회하는 인플레이션의 지속기간과 수준에 대한 인내심이 상당히 낮다는 것을 나타냈다는데 있다. 채권시장에서는 단기물은 하락하고 장기물은 상승하면서, 즉 단기금리 상승과 장기금리 하락에 의해 장단기 금리차가 축소되었다. 이런 장단기 금리차 축소현상은 투자자들이 최근의 높은 인플레이션 수준이 연준의 금리인상 시기를 앞당김으로써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급격히 상승하는 리스크가 낮아진 것으로 기대하는 현상을 나타낸 것이다. 또한 기술적으로는 Duration short position이 상당부분 언와인딩된 결과이기도 하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투자자들이 연준의 조기 금리인상과 지금까지의 예상보다 휠씬 가파른 인상속도를 예상하면서도 정책금리의 궁극적 인상폭은 줄어든 것으로 해석했다는 것이다. 조기 금리인상과 가파른 인상속도를 예상하면서 인상폭이 낮아지는 현상은 매우 드물며 지속되지못할 것이다. 필자는 연준의 금리인상시기에 장기금리 전망이 상승하지 않고 단기금리가 오르는 현상은 지속될 수 없으며 따라서 장기금리의 상승이 동반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번 주 미 국채 10년 금리가 1.4% 이하까지 하락하면서 최근 추세의 정점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한다.

그림 1: 미국 장기금리 추세
그림 1: 미국 장기금리 추세

출처: Federal Reserve Bank FRED

시장의 낙관론에 반대되는 의견을 제시하기는 항상 부담된다. 현재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미 연준의 입장을 굳게 믿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필자는 여기에 몇 가지 허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필자도 현재의 높은 물가상승률이 비정상적 상황이었던 2020년 대비의 기저효과와 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일시적 수요/공급의 불균형에 따른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상승, 미국 주택가격의 급등과 노동시장의 변화 가능성은 미국 인플레이션의 상당 부분이 일시적이 아닌 구조적인 부분에 기인할 수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경고하고 있다.

유가의 지속적 상승세

올들어 가팔라지고 있는 유가의 상승세가 대표적이다. 최근 유가는 지난 10년간의 투자부진에 따라 공급능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일시적 수요증가가 겹치며 급격히 올랐다.

그림 2: 세계 원유재고는 급격히 하락하고 있어
그림 2: 세계 원유재고는 급격히 하락하고 있어

출처: Kpler, EIA, PAJ, Insights Global, SCI, Platts, Reuters, IE Singapore, IEA, JODI, Goldman Sachs Global Investment Research

유가의 단기적 등락은 OPEC+의 증산이나 이란의 수출재개 등에 영향받겠지만 재고의 급격한 소진은 구조적으로 보인다. 지난 10년간의 구조적인 투자부진은 원유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구리를 비롯한 주요 금속과 농산물시장도 겪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여기에 탄소중립을 비롯한 ESG투자의 증가는 이미 공급부족을 겪고 있는 원자재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켜 수급 불균형을 구조적으로 악화시키고 있다. 원자재 가격의 지속적 상승은 결국 경제전반에 걸친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일 수밖에 없다.

그림 3: 중국 제조업 출하가격 지수 급등하고 있어
그림 3: 중국 제조업 출하가격 지수 급등하고 있어

출처: WorldEconomics.com, Dailyshot

미국 주택가격 급등

미국의 집값이 급등하고 있다. 최근 보스톤 연준 총재인 로젠그렌이 경고하고 나선 것처럼 미국 주요도시 주택가격은 전년대비 20% 이상 급등하고 있다. 주택가격이 급등세를 타고 있는 이면에는 주택모기지 금리의 하락이 있다. 미 연준의 자산매입 프로그램은 미 국채를 매월 800억 달러 매입할 뿐 아니라 주택담보부 채권 (MBS)도 매월 200억 달러 규모로 매입하면서 모기지 금리를 낮은 수준에 묶어 두고 있다.

그림 4: 미국 Case-Shiller 전국주택가격지수 상승률
그림 4: 미국 Case-Shiller 전국주택가격지수 상승률

출처: Bloomberg, 크레스트아시아자산운용

연준이 주택담보부채권의 매입을 중단하게 되면 모기지 금리가 상승하면서 주택가격 상승세를 진정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모기지 금리의 상승은 전반적인 금융상황 (financial conditions)을 긴축 쪽으로 유도하기 때문에 현재의 다소 부진한 고용시장 상황에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주택가격상승은 최근 물가상승세를 구성하는요소 중 중고차가격 상승 등 일시적 요인을 상쇄하면서 지속적으로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확대할 수 있다.

그림 5: 미국 주택가격과 CPI중 주택가격요소
그림 5: 미국 주택가격과 CPI중 주택가격요소

출처: Macrobond, ING

미국 노동시장의 변화

미국 저임금 노동시장을 중심으로 한 임금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저임금 노동시장의 공급부족 현상은 연방정부의 팬데믹 대응책의 일환인 확대 실업급여의 영향과 기대 임금수준 차이에서 오는 마찰적 실업에 따른 것으로 평가되며, 연방정부의 실업급여가 끝나는 9월 이후 정상화될 것으로 전망하는 의견이 주류이다. 하지만 노동력 공급부족은 팬데믹 이후의 노동성향 (propensity to work)의 변화에 의한 부분도 감지되고 있다. 또한, 팬데믹 이후 공급망의 재구축, 재고관리 시스템의 변화 및 조달체인의 구조적 변화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로 9월 이후에도 노동력 부족이 해소되지 않으면 임금 상승압력이 지속되면서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확대될 수 있다.

시장 기대치 변화는 천천히 진행되는 경향

최근의 채권 및 주식시장의 움직임은 미국 연준의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입장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원자재가격의 상승과 주택가격 상승은 소비자물가상승률(headline CPI)를 상당기간 동안 높은 수준에 머물도록 할 것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수준이 기저효과나 일시적 수급 불균형에 의한 상승효과가 해소되더라도 3% 수준에서 유지된다면 미 연준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입장은 좀더 매파적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다.

필자는 70년초의 높은 인플레이션을 예상하고 있지는 않다. 미 달러화의 급격한 평가절하가 수반되지 않고는 그런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2000년대 이후 시장의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매우 낮은 수준에 묶여 있었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보다는 디플레이션 리스크와 선진 중앙은행들의 리플레이션 정책에 익숙하였다. 따라서 시장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근본적 관점전환 (regime change)는 서서히 진행될 수밖에 없다.

일시적이라 기대하고 있는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된다면 미 연준은 “일시적”이라는 기간의 기준을 다시 설명해야 할 것이고 투자자들의 금리인상 시기와 폭에 대한 기대는 다시 한번 크게 요동칠 수밖에 없다. 금리사이클에 대한 기대가 변하게 되면 성장과 금융상황 (financial conditions)에 대한 기대도 변화하게 된다.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도 따라서 조정 받게 되고 변동성은 상승하게 된다. 필자가 최근의 주식시장 상승세에 크게 확신을 갖지 못하는 이유이다.

한국은행은 이미 긴축으로 돌아서

지난 달 금융통화위원회 개최 후 이주열 총재는 올 하반기에 정책금리의 정상화과정, 즉 금리인상을 시작할 계획이라는 상당히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이는 현재의 금리정책에 대한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에 대한 평가의 균형이 부정적인 쪽으로 명백히 기울었음을 의미한다. 올해 초부터 나타난 수출경기의 급격한 회복세와 최근의 내수경기의 점진적 회복으로 저금리의 긍정적 효과는 거의 소진된 반면, 주택가격의 급등과 가계신용의 급격한 팽창 등 부정적인 효과가 더욱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긴축으로의 정책방향 선회는 경기사이클 중반을 지나면서 나타나는 수익률 곡선 (yield curve)의 전형적 평탄화 (flattening)으로 이어졌다.

그림 6: 통화승수과 KOSPI & KOSDAQ 수익률
그림 6: 통화승수과 KOSPI & KOSDAQ 수익률

출처: 한국은행, 크레스트아시아

리스크: 코로나 바이러스의 재확산

델타 변종 바이러스에 의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재확산과 이에 따른 봉쇄조치들이 유럽 등지에서 실시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일일 확진자 수가 천명을 넘어서면서 방역조치 강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봉쇄조치에 의한 경기회복세 둔화는 이미 정점을 지나고 있는 미국, 유럽 경기회복세를 더욱 둔화시킬 수 있으며, 백신접종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이머징 국가들의 하반기 경기회복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경기회복속도가 둔화되면서 선진 중앙은행들은 또 다시 정책 딜레마에 빠지게 될 수 있다. 통화정책 정상화의 속도가 늦추어 지고 시장은 금리전망을 재조정하게 되면서 주식, 채권시장 변동성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다. 이번 주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1.4% 아래로 하락하고 금값이 상승한데는 바이러스 재확산에 대한 우려가 반영되어 있기도 한 것으로 보인다. 포트폴리오운용에 변동성 관리가 더욱 힘들어지는 시기가 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