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인플레이션 서프라이즈와 경기 회복세

2021 년 3/4 분기 위험자산 수익률은 정점을 찍을 듯

매년 이맘 때면 각 증권사들 이코노미스트들과 전략담당자들은 내년도 경제 및 주식시장 전망을 내놓느라 무척 바빠진다. 누군가는 예측은 틀리기 마련이라서 예측을 한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하기도 한다. 예외적이기는 하지만, 작년 이맘 때 발표된 2020 년 전망처럼 단 두 달여 만에 폐기처분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현재처럼 증시 주변여건이 대단히 불확실한 상황에서 앞으로 12 개월 전망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필자도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미국, 유럽 등지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재차 유행하면서 경제 및 주식시장을 둘러싼 여건은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내년을 전망하는 국내외 증권사 자료들을 검토해보면 놀라울 정도로 낙관적인 전망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전망 자료들을 요약하자면, (1) 세계경기는 백신의 본격적 접종과 더불어 2021 년 2/4 분기부터 “V”자형의 가파른 상승 국면을 보일 것이며, (2) 경기회복의 본격화에 따라 기업실적도 크게 회복되기 시작할 것으로 예측하는 반면, (3) 미국 연방준비은행과 유럽중앙은행을 비롯한 선진 주요 중앙은행들은 금리수준을 현재 수준에서 유지할 뿐 아니라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통해 실질 금리를 마이너스 수준에서 묶어 놓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리고 (4) 경기 회복의 가속화와 기업 실적의 회복, 지속적인 저금리 정책은 주가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예측한다. 골드만삭스는 S&P 지수의 경우는 내년 연말까지 현재 수준에서 20% 가까이 상승한 4,300 에 다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KOSPI 지수의 경우 국내외 증권사들 전망치를 종합해보면 세계경제 회복세가 우리나라의 수출 증가와 기업 실적의 대폭 개선으로 확대되면서 3,000 선을 쉽게 돌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필자도 2021 년, 특히 1/4 분기 중반 이후에서 3/4 분기 중반까지 KOSPI 의 전망을 대단히 긍정적으로 본다. 코로나 백신 접종의 확대에 따른 경기 회복세와 기업실적 개선, 재정 및 통화신용정책의 지속적 뒷받침 등 주요 거시경제 변수들이 모두 주식, 원자재 등 위험자산 가격의 상승을 가리키고 있다. 이런 기조는 3/4 분기까지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평가된다.

그림 1: 기대 물가상승률 대비 장단기 금리차 추이와 KOSPI & KOSDAQ 시가 총액 상승률
그림 1: 기대 물가상승률 대비 장단기 금리차 추이와 KOSPI & KOSDAQ 시가 총액 상승률

출처: 퀸티와이즈, 크레스트아시아자산운용

선진국 경제는 코로나 바이러스 재확산에 따른 경기의 일시적 약세 국면

지난 9 월 필자는 2020 년 4/4 분기의 금융시장을 움직일 변수로 다음의 세가지에 주목했다. 첫째, 4/4 분기 코로나 바이러스 재확산 기세를 어떻게 통제할 수 있는가가 올 하반기와 내년초 경기회복의 속도를 좌우하는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점, 둘째,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바이든 후보가 승리할 경우 중국과의 정치, 경제적 긴장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미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과 이에 동조하는 원화 환율의 급변동이 있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셋째,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후보 중 최소 하나가 연말 전에 미국 식약청 (FDA)의 승인을 받고 내년초까지 대규모 접종이 가능하게 되는 시나리오에 주목했다. 위의 세가지 변수가 상호작용하면서 (1) 달러화의 추세적 약세 재개와 위안화 및 원화 강세의 가속화, (2) 미국 및 국내 장기금리의 전반적 상승에 따른 장단기 금리차 확대, (3) 바이러스의 확산과 더불어 크게 주목 받은 소위 “언택트 (Un-tact)” 섹터와 바이오 섹터 등 높은 밸류에이션의 소수 종목에서 전통적 경기민감주로의 섹터 비중 이동 (Rotation)을 유발할 것으로 전망했다.

11 월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가 승리하면서 미 달러화 대비 위안화와 원화가 급격히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고 최근까지 미국과 국내의 장단기 금리차 역시 꾸준히 확대되었다. 또한 연내 미국 식약청의 백신 승인과 그에 따른 조기 접종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전통적 경기민감주로의 섹터순환이 일어나기 시작하였고 현재도 진행형인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11 월 중순 이후 코로나 바이러스가 미국, 유럽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맹렬한 속도로 재확산되고 의료시스템이 붕괴 위기에 처하면서 2 차 봉쇄 조치가 강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 회복세는 일시적으로 꺾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내년초까지 발표되는 경제지표들은 대부분 약세를 보일 것이나 투자자들은 백신 공급과 접종에 대한 기대로 경기지표의 일시적 약세에 크게 개의치 않을 것이다. 또한 미국 정부의 3 차 재정지출 패키지가 연말 전 통과될 가능성이 여전히 있고 더욱이 경기 약세 국면에 대응한 미 연준의 자산매입 프로그램 확대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유럽중앙은행 역시 경기 약세와 유로화의 강세로 인한 물가 하락 압력에 대응하여 재정 및 통화정책 완화를 더욱 확대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번 달 유럽증앙은행은 5,000 억 유로의 추가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앞으로 9 개월여로 걸쳐 실시할 것임을 발표하였다. 결국,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경기 하방 압력은 백신에 대한 기대감과 재정 및 통화금융정책의 지원에 힘입어 일시적인 것으로 치부될 것이며 금융시장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림 2: 코로나 바이러스의 재유행으로 인해 미국, 유럽의 기업경기 실사지수 둔화되는 모습
그림 2: 코로나 바이러스의 재유행으로 인해 미국, 유럽의 기업경기 실사지수 둔화되는 모습

출처: Bloomberg, 크레스트아시아자산운용

그림 3: 4/4 분기 경기 둔화와 함께 미국 실업수당 청구건수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그림 3: 4/4 분기 경기 둔화와 함께 미국 실업수당 청구건수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출처: 미 연방준비은행, FRED, 크레스트아시아자산운용

인플레이션 서프라이즈

바이러스의 확산과 더불어 경기회복세가 둔화되면서 미국 및 국내의 장기금리 상승도 둔화되며 장단기 금리차가 소폭 축소되고 있다.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한 대로 금융시장은 경기의 일시적 약세 국면에 크게 흔들리기보다는 앞으로 한 달여 코로나 바이러스의 재확산 국면이 정점을 지나면서 그 이후 전개될 상황에 점차적으로 초점을 맞추기 시작할 것이다. 내년 1/4 분기 미국, 유럽 등지에서 백신의 접종이 본격화되면 2/4 분기 세계경제는 소비자와 기업의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심리가 급격히 회복되는 코로나 팬데믹 2 차 회복기에 진입할 것이다. 지난 5 월 이후의 1 차 회복기는 경제전반을 완전히 봉쇄했던 3 월의 1 차 봉쇄조치 완화와 적극적 재정 및 금융통화 정책에 대한 반작용으로 정의할 수 있다. 1 차 회복기 중국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지속적으로 잘 관리하면서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여 경제가 이미 팬데믹 이전의 수준을 회복하였다. 중국의 회복기에서 주목할 점은 소비자와 기업의 심리가 회복되면서 기업의 재고 축적 (Inventory Restocking) 사이클이 급격히 진행되고 보상심리에 의한 소비의 급반등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팬데믹 2 차 회복기는 미국 및 유럽에서 소비자 및 기업의 기대심리가 급격히 회복되면서 세계경기의 급반등이 나타나는 국면으로 정의할 수 있다. 따라서 내년 3/4 분기까지 투자자들은 중국 경기의 회복세보다는 미국 및 유럽의 회복세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팬데믹의 영향을 중국보다 상대적으로 심각하게 겪은 미국 및 유럽에서의 재고 축적 사이클과 보상심리에 의한 소비 반등은 중국의 경우보다 휠씬 큰 폭으로 또한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팬데믹을 겪으면서 급격히 늘어난 기업 현금과 가계 저축은 현재 투자자들이 예상하고 있는 반등을 넘어서는 총수요의 급반등을 견인하면서 기대 인플레이션을 밀어 올릴 것이다. 내년 2/4 분기 미국의 전년 동기 대비 인플레이션은 2%를 넘는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다.

KOSPI 의 움직임 역시 2/4 분기 선진 경제권의 소비 급반등에 크게 영향 받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방역에 성공적이었던 우리나라의 경우 골이 깊지 않았던 내수의 미미한 회복세보다는 선진 경제권의 소비 급반등에 영향을 받는 수출 회복세가 기업의 실적 회복과 나아가 외국인 자금의 유입세를 견인하며 KOSPI 의 수익률을 끌어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림 4: 미국 경기는 2021 년 2/4~3/4 분기 급반등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
그림 4: 미국 경기는 2021 년 2/4~3/4 분기 급반등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

출처: Conference Board, 크레스트아시아자산운용

그림 5: 미국의 현 재고수준은 상당히 낮아 소비의 반등과 더불어 급격한 재고 축적 사이클 시작될 가능성
그림 5: 미국의 현 재고수준은 상당히 낮아 소비의 반등과 더불어 급격한 재고 축적 사이클 시작될 가능성

출처: 미 연방준비은행, FRED,, 크레스트아시아자산운용

그림 6: 미국 집단면역의 확보와 나타날 “보상 소비”
그림 6: 미국 집단면역의 확보와 나타날 “보상 소비”

출처: Conference Board, 크레스트아시아자산운용

그림 7 선진국 재고사이클에 직접 연동된 한국의 수출 전망
그림 7 선진국 재고사이클에 직접 연동된 한국의 수출 전망

출처: Bloomberg, 크레스트아시아자산운용

그림 8: 미국 기대 인플레이션의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
그림 8: 미국 기대 인플레이션의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

출처: Conference Board, 크레스트아시아자산운용

경기의 급반등과 인플레이션의 상승은 투자자들의 인플레이션 헤징 수요를 유발하면서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원자재 시장을 둘러싼 여건은 이미 가격상승에 대단히 호의적이다. 지난 10 년간의 투자부진에 따른 한정된 공급능력 대비 수요의 점진적 회복, 미 달러화의 추세적 약세, 그리고 실질금리의 하락은 팬데믹 1 차 회복기에 이미 원자재 가격을 한단계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2 차 회복기의 인플레이션 서프라이즈는 원자재 가격 상승기조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그림 9: 원자재 시장의 한정된 추가 공급능력은 수요회복과 더불어 가격 반등으로 이어지고 있어
그림 9: 원자재 시장의 한정된 추가 공급능력은 수요회복과 더불어 가격 반등으로 이어지고 있어

출처: Bloomberg, 크레스트아시아자산운용

인플레이션의 급반등에도 미국 연방준비은행과 유럽중앙은행은 금리정책에 큰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다. 이미, 미국 연방준비은행은 물가상승률 관리 (Inflation Targeting) 정책목표를 최대 2%에서 평균 물가상승률 (AIT, Average Inflation Targeting) 2% 관리로 변경하면서 2%를 넘는 인플레이션도 단기적으로 용인할 것임을 천명하였고 유럽중앙은행 역시 비슷한 정책 기조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팬데믹으로부터의 회복 국면에 있는 현재, 선진 중앙은행들은 일시적 인플레이션 서프라이즈보다는 고용 증진과 경제의 아웃풋 갭(Output Gap) 축소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21 년 중반까지 주요국들의 고용이 크게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할 때 일시적 인플레이션 서프라이즈로 인해 명목 금리, 특히 장기 금리가 상승하게 된다면 중앙은행들은 자산 매입프로그램을 통해 부분적으로 금리 수익률 곡선을 제어 (Yield Curve Control)하는 정책을 실시하게 될 것이다. 이는 경기부양을 위해 실질금리의 상승을 억제하는 정책이 지속될 것임을 의미한다.

그림 10: 미국 실질금리 추이와 국제 금값
그림 10: 미국 실질금리 추이와 국제 금값

출처: Bloomberg, 크레스트아시아자산운용

팬데믹 2 차 회복기 초반인 2/4 분기 미국 경기의 급반등은 달러화를 단기적으로 강세 반전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곧 3/4 분기 이머징 국가들에서도 백신접종이 시작되면서 경기 회복세가 본격화되면 달러의 추세적 약세기조가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원자재 가격 상승은 원자재 수출에 국제수지 의존도가 높은 이머징 국가들의 경기를 더욱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다. 우리 경제의 수출 구조는 선진 경제권과 이머징 경제권에 균형적으로 배분되어 있어 2/4 분기 이후 기대되는 세계경제의 동반 상승은 우리 나라의 경상수지 흑자 폭을 확대시키면서 원화는 달러화 대비 한단계 더 절상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림 11: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추가적 강세를 보일 듯
그림 11: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추가적 강세를 보일 듯

출처: FRB, 퀸티와이즈, 크레스트아시아

4/4 분기를 기점으로 회복세 둔화될 듯

코로나 백신의 접종과 더불어 확보될 집단면역은 2021 년 2.4 분기 이후 세계경기 동반 회복세가 본격화될 것임을 예고한다. 하지만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의 경기 및 고용시장 회복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은 백신접종에도 불구하고 미국경제가 2024 년 중반에 이르러서야 2019 년 수준의 완전고용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4/4 분기부터는 선진 각국의 재정지출 규모가 축소되고 경기회복세는 2021 년 중반의 일시적 급반등에서 상대적으로 둔화되면서 완만한 정상화 궤도로 접어들 것이다. 경기의 정상화 궤도 진입과 더불어 선진 중앙은행들의 자산 매입프로그램도 단계적으로 축소되기 시작할 것이다. 경기회복세의 둔화에 따라 기업의 실적 반등세도 완만한 회복국면에 들어설 것이다. 경기 급반등 국면에 나타나는 급격한 밸류에이션 상승국면에서 실적에 의해 주가가 움직이는 완만한 실적장세로 접어들 것이다. 거시경제 측면에서 투자자들은 팬데믹으로 인한 공공 및 민간부분의 급격한 부채증가가 장기적으로 성장에 어떤 영향으로 나타날 것이지에 관해 고민하기 시작할 것이며 경기확장세의 속도와 기간에 관한 논쟁이 시작될 것이다. 경기 사이클과 펀더멘탈에 관한 논쟁이 확대될수록 수익률은 낮아지곤 했다.